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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안컵 金합작 장선재·장찬재 ‘형제는 용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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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하늘 댓글 0건 조회 4,183회 작성일 09-09-07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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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클 국가대표 장선재(오른쪽)·찬재 형제가 14일 서울 답십리 인근 훈련장에서 조깅을 마친 뒤 밝은 표정으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남호진기자>


아버지는 아시안게임 금메달 리스트이며 전임 사이클 국가대표팀 감독, 형은 지난해 도하 아시안게임 3관왕에 오른 아시아 최고의 스프린터. 아버지, 형과 같은 길을 걷는 동생은 말 못할 부담감과 외로움에 시달려왔다.

“휴가가 아무리 길어도 하루만 쉬고 또다시 훈련을 했어요. 아빠와 형의 얼굴에 먹칠할 수는 없잖아요.”

한국 사이클의 간판스타 장선재(23)의 동생 찬재(19·이상 대한지적공사)는 스스로를 끊임없이 채찍질했다. 지난 12일 태국에서 열린 아시안컵 매디슨 부문에서 형과 금메달을 일궈낸 동생이 사이클 입문 4년 만에 형만한 아우로 성장한 힘의 절반은 외로움 속에서 길러졌다. 귀국 당일(14일) 서울 답십리 하늘 스포츠 의학 클리닉에서 ‘은륜형제(銀輪兄弟)’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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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이 금메달을 일궈낸 매디슨은 2명의 선수가 50㎞를 번갈아 달리면서 구간별 순위에 따라 점수를 매겨 순위를 가린다. 지구력이 좋은 선수가 레이스를 이끌고 스피드가 뛰어난 선수가 순위싸움을 마무리하는 식이다.

선재·찬재 형제의 조화는 매디슨에 딱 맞는다. 동생은 지구력이 탁월하다. 어릴 때부터 크로스 컨트리와 마운틴 바이크를 즐긴 덕분. 찬재는 “태릉선수촌 불암산을 오르면 항상 1, 2등을 한다”면서 “요즘도 시합이 끝나자마자 또 산에 오른다”고 ‘강철 폐’를 자랑했다.

찬재는 생후 9개월 만에 심장수술을 받은 게 오히려 운동에 매달린 동기였다. 형은 둘레 30인치 ‘코끼리 허벅지’에서 뿜어져나오는 스피드가 단연 최강이다.

피를 나눈 형제지만 그동안 걸어온 길은 달랐다. 형은 1982년 뉴델리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 아버지 장윤호 대한지적공사 코치(47)의 엘리트 훈련을 통해 스피드와 지구력을 겸비한 선수로 성장했다. 반면 동생은 외롭게 홀로 섰다. 장코치는 “선재에게 많은 신경을 쓰면서 찬재를 소홀히 했다”며 “찬재가 올해 지적공사에 오면서 비로소 신경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찬재도 “솔직히 너무 많이 서운했다”면서 “내가 우승하면 칭찬은 10시간짜리였고 형의 우승은 최소한 한달은 갔다”며 눈물을 글썽거렸다.

찬재는 외로움을 이겨낸 대가로 지독한 승부욕과 독립심을 얻었다. 찬재가 사이클을 시작한 건 서울체고 1년 때. 당시 1m64, 84㎏의 뚱보였던 찬재는 “나를 얕보는 선배들을 이기기 위해 코피를 쏟고 빈혈에 시달리면서도 하루에 4번씩 훈련해 23일 동안 20㎏을 뺐다”고 회고했다. “나보다 훨씬 지독한 바른생활 맨이다. 승부욕과 욕심이 너무 강해 자주 뜯어말린다”는 형의 말이 수긍이 간다.

형제는 지난달 국민체육진흥공단 이사장배때 처음 매디슨에서 호흡을 맞췄다. 결과는 물론 우승. 그리고 두번째로 탄 게 이번 아시안컵이니 동반출전 2전전승인 셈. 그런데 형제는 우승할 때마다 이상한 꿈을 꿨다. 지난 5월 갑상선암 수술을 받은 어머니(김인곤씨)가 세상을 떠나는 꿈. 선재는 지난달 이사장배 때 그랬고 찬재는 이번 아시안컵에서 그랬다. 어머니 김씨는 “꿈에 죽은 사람을 보면 좋단다. 아들을 위한다면 백번 죽어도 좋다”고 말했다.

다른 길을 걷다가 비로소 같은 길에 들어선 형제의 꿈은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 획득과 2012년 런던 올림픽 메달권 진입이다. 내년 베이징올림픽엔 찬재가 출전권을 얻지 못해 형 선재만 나간다.

장코치는 “런던 올림픽 때 선재, 찬재 모두 전성기를 맞는다”며 기대했고 형제도 “쉽지 않지만 시간은 많다”고 화답했다.

〈김세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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