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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하늘병원 댓글 0건 조회 222회 작성일 24-08-26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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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글은 하늘병원 소식지 8월호에 실린 노틀담 수녀회 최인형 수녀님의 기고문입니다.


사람들이 원하는 행복의 조건 속에 빠지지 않는 것이 있다면 ‘건강하게 사는 것’이다. 그러나 병고는 예기치 않은 순간 찾아와 삶의 질을 떨어뜨리고 일상을 위협한다. 아마 아프지 않기를 소망하는 이유는 가깝고 사랑하는 이들이 어려움을 겪게 될까봐 두렵고 그래서 생길 미안함 때문일 것이다.


하늘 병원에 오게 된 건 심한 허리통증으로 일상생활이 불가능해서였다, 진료 후 일정표에 병원치료 시간을 넣어야만 하는 환자가 되었다. 참 어려웠다. 아프기 전에도 자신을 위해 시간을 쓰는 건 도무지 익숙지 않았는데 일주일에 두 번이나 치료에 시간을 내야하는 것은 아무래도 벅찼다. 얼른 낫고 병원 졸업을 하는 것이 소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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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나의 기대와는 달리 원장님은 "수녀님. 지금은 더 나빠지지 않는 것이 목표입니다. "아주 좋아지기엔 연...세...가...“  그렇다! 탈나면 금방 거뜬해지는 나이가 더 이상은 아니었다. 아쉽게도 나의 소망은 수정되어야 했다. 얼른 낫고 병원에 오지 않는 것에서 조급한 맘은 내리고 천천히, 꼬박꼬박 치료에 시간과 마음을 내는 것으로!


그렇게 병원에 시간을 내다보니 현실은 일을 못줄이고 더 바쁘게 살아야했는데, 지독히 피곤했던 날 넘어져서 발목까지 골절이 되었다. 결국 입원과 수술로 나의 일상은 강제 멈춤을 맞고야 말았다.


수술 후 환자복을 입고 다섯 명이 함께 생활하는 병실의 풍경은 어색하고 낯설기만 했었다. 나이 직업 종교 다 다른 사람들의 공통점은 딱 하나. 환자라는 것이었는데 어색함도 잠시, 딱히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금세 먹을 것을 나누고, 힘든 것을 이야기 하고 들어주고 서로 돕고 있었다. 이틀째 되는 날이었을 성 싶다. 옆 자리 계시던 분이 오시더니 “수녀님 목욕시켜 줄까요?” 하고 묻길래 너무 놀라 “감사한데 괜찮습니다.”라고 말씀드리고 내내 혼자 웃었다.  신자가 아니시니 수도자들이 어떻게 사는지도 모르시고, 몸 못 움직이니 당신이 도와주시겠다는 그 순수한 따뜻함이 좋고 감사했기 때문이었다.


내가 아파보니 상대의 아픔이 보이고, 어떻게 도우면 좋을지도 보였다. 서로 작은 도움들을 주며 의지하고 위로 받으며 자연스레 환자공동체 일원이 되어 있었다. 입원 기간 동안 그렇게 나는 누군가에게 도움 주는 사람에서 도움 받는 사람으로 바뀌어 있었다. 심지어 퇴원할 땐 짐까지 늘었다. 같은 병실도 아니고 앞 병실 환자분이 베게와 옥수수 한보따리 까지 선물로 주셔서...


또 어떤 날은 수도자들이 매일 바치는 성무일도 기도 중 “무릎을 깊이 꿇고 기도 하는 법 눈물과 노래로써 배우나이다.” 라는 구절에서 눈물을 쏟기도 했다. 정말 그랬다. 아파보니 늘 유지될 줄 알았던 일상을 잃어보니, 크신 하느님이, 소중한 이웃이, 한계속의 나 자신이 더 명확히 보였다. 건강할 땐 자주 놓친 진짜에 더 가까이 가게 되는 귀한 선물을 얻게 된 것이었다.


나는 환자가 되어 보고서야, 건강을 잃어보고서야 배우게 되었다. 소중한 것은 평소에 잘 돌보고 지켜야 한다는 것을. 지금은 치료 받으러 오는 것을 착실히 하려고 노력한다. 그러면서 삶이 더 단단해졌다.  이렇게 내 삶의 시간표가 건강한 쪽으로 회복되기까지 정성과 배려를 가득 담아 치료해 주신 원장님과 모든 선생님들께 깊이 감사하며 기도 속에서 매일 기억하게 된다. 아픈 모든 분들께 부탁드리고 싶다. 희망을 잃지 말고, 소중한 자신을 잘 돌보아 주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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