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화려함 뒤에 감춰진 그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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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 ‘ㄱ’ 초등학교 4학년 박정민 양은 보아 같은 가수가 되는 것이 꿈이다. 꿈 노트에 보아의 사진과 기사를 스크랩해 놓고 꿈을 실현하기 위해 해야 할 일을 적어 놓았다. 요즘의 관심사는 온통 보아다.
박 양처럼 연예인이 되고 싶어하는 어린이들이 많다. 최근 케이블 채널 투니버스가 12 세 이하 어린이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 결과 76 %가 연예인이 되고 싶다고 답했다. 야후 코리아의 비슷한 조사에서도 절반이 넘는 52 %가 연예인을 희망했다. 어린이들 사이에 연예인의 꿈이 열풍처럼 불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연예인의 화려한 겉모습만 볼 게 아니라 그 뒤에 숨겨진 실상(實相)도 알아야 한다고 충고한다.
연기 학원에 다니며 단역 배우를 하고 있는 서울 ‘ㄱ’ 초등학교 5학년 이아람(가명) 양은 촬영 때문에 잠을 제대로 못자거나 식사 시간을 놓치기 일쑤다. 자신의 역을 위해 밤새 기다리다가 촬영을 못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경우도 적지 않다. 모든 것이 촬영 스케줄에 얽매이다 보니, 또래 친구들과 같은 규칙적인 생활은 엄두도 내지 못한다.
하늘스포츠의학 조성연 원장은 “한참 성장기에 있는 어린이들이 밤샘 촬영을 하거나 같은 동작을 반복하는 댄스 등에 열중할 경우 발육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상적인 학교 생활을 하지 못하는 것도 문제다. 주연급 아역 탤런트 양현석(가명) 군은 “수업에 빠지고 싶지 않아도 학교에 못 갈 때가 많아요.”라고 말했다. 촬영 틈틈이 혼자 공부를 하지만, 학교 수업을 따라가기 힘들어 걱정이라고 실토했다.
방송이나 영화에 얼굴 한 번 비치지 못하고 시간과 돈만 낭비하기도 한다. 한 차례의 아역 배우 오디션에는 많게는 600 명 정도가 참가한다. 그 중 출연 기회를 잡는 사람은 1~2 명에 불과하며, 진짜 연예인으로 성공할 확률은 이보다 훨씬 낮다. 결국, 연예인의 꿈이 실현될 확률은 수만분의 1에 불과한 셈이다.
‘ㄴ’ 엔터테인먼트사 김성준(가명) 실장은 “멋있거나 예쁘게 생긴 것만으로 ‘연예인 한번 해 볼까?’ 하는 어린이들은 대부분 실패한다.”며, “뛰어난 외모와 재능을 갖추고 많은 것을 포기하며 노력해도, 스타로 성공 확률은 매우 희박하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지은 기자 wind@hk.co.kr